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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소송에서 제출하는 서면·증거, 비밀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weonlaw 2026. 6. 8. 14:04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영업비밀이나 개인의 민감한 정보가 담긴 서면이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이런 자료들이 소송 상대방이나 제3자에게 무분별하게 공개된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 법은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여 소송 중 비밀을 보호하는 여러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대표적인 두 가지 제도인 민사소송법상 열람 등 제한 신청부정경쟁방지법상 비밀유지명령을 중심으로, 그 밖의 관련 제도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민사소송법상 소송기록 열람 등 제한 신청

. 제도의 개요

민사소송이 진행되면 소장, 준비서면, 각종 증거서류 등이 소송기록으로 법원에 보관됩니다. 원칙적으로 당사자는 물론 이해관계를 소명한 제3자도 이 소송기록을 열람하거나 복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송기록에 민감한 개인정보나 영업비밀이 포함되어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를 위해 민사소송법 제163조는 일정한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소송기록 중 비밀이 적혀 있는 부분의 열람·복사 등을 신청할 수 있는 자를 당사자로만 한정하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163조 제1).

 

. 신청 요건

열람 등 제한 신청이 인정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민사소송법 제163조 제1).

1) 사생활의 중대한 비밀

소송기록 중에 당사자의 사생활에 관한 중대한 비밀이 적혀 있고, 3자에게 그 부분의 열람 등을 허용하면 당사자의 사회생활에 지장이 클 우려가 있는 경우입니다.

2) 영업비밀

소송기록 중에 당사자가 가지는 영업비밀이 적혀 있는 경우입니다. 여기서 '영업비밀'이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2조 제2호에서 정한 영업비밀, 즉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기술상·경영상의 정보를 의미합니다(민사소송법 제163조 제1항 제2).

대법원은 이 영업비밀의 개념을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영업비밀 개념과 동일하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96016 결정). 또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소명하는 자료가 없다면 열람 등 제한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 신청 절차 및 효과

  • 당사자가 법원에 서면으로 신청합니다.
  • 신청이 있으면 그 신청에 관한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제3자는 해당 비밀 기재 부분의 열람 등을 신청할 수 없습니다(민사소송법 제163조 제3).
  • 신청을 기각한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163조 제5).
  • 이해관계를 소명한 제3자는 사유가 소멸되었음을 이유로 제한 결정의 취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163조 제4).

2. 부정경쟁방지법상 비밀유지명령

. 제도의 개요

비밀유지명령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 등에서 소송 과정에 제출된 준비서면이나 증거에 포함된 영업비밀을 소송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공개하지 못하도록 법원이 명령하는 제도입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4 1).

이 제도는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며, 소송절차에서 제출되는 준비서면이나 증거에 의해 상대방 등에게 알려지는 영업비밀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정상조, 『부정경쟁방지법 주해[2], 박영사(2024), 747-748).

 

. 신청 요건

비밀유지명령을 신청하려면 다음 두 가지 사유를 모두 소명해야 합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4 1).

1) 준비서면·증거에 영업비밀 포함

이미 제출하였거나 제출하여야 할 준비서면, 또는 이미 조사하였거나 조사하여야 할 증거에 영업비밀이 포함되어 있을 것.

2) 소송 외 사용·공개 시 영업에 지장 우려

해당 영업비밀이 소송 수행 외의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공개되면 당사자의 영업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 또는 공개를 제한할 필요가 있을 것.

 

. 명령의 대상자

비밀유지명령은 다음의 자에게 발령됩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4 1).

  • 다른 당사자(법인인 경우 그 대표자)
  • 당사자를 위하여 소송을 대리하는 자
  • 그 밖에 해당 소송으로 인하여 영업비밀을 알게 된 자

. 중요한 예외이미 취득한 영업비밀

비밀유지명령 신청 시점까지 위 대상자들이 준비서면의 열람이나 증거조사 외의 방법으로 이미 해당 영업비밀을 취득하고 있는 경우에는 비밀유지명령을 발령할 수 없습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4 1항 단서).

대법원은 이와 관련하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자기의 영업비밀을 다른 당사자가 부정하게 취득하여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영업비밀에 대하여 한 비밀유지명령 신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5. 1. 16. 선고 20141688 결정). , 피고가 이미 소송 외에서 원고의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원고 스스로 주장하는 경우, 그 영업비밀에 대한 비밀유지명령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 신청 절차 및 효과

  • 신청은비밀유지명령을 받을 자, ② 영업비밀을 특정하기에 충분한 사실, ③ 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을 적은 서면으로 해야 합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4 2).
  • 비밀유지명령은 결정서가 수명자에게 송달된 때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4 4).
  • 신청을 기각·각하한 재판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4 5).
  • 비밀유지명령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18조의4).

. 비밀유지명령의 취소

비밀유지명령을 신청한 자 또는 명령을 받은 자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거나 갖추지 못하게 된 경우 소송기록을 보관하고 있는 법원에 취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3. 두 제도의 주요 차이점

구분 민사소송법상 열람 등 제한 부정경쟁방지법상 비밀유지명령
근거 법률 민사소송법 제163 부정경쟁방지법 제14조의4
적용 소송 모든 민사소송 영업비밀 침해 등 관련 소송
보호 대상 사생활의 중대한 비밀 또는 영업비밀 영업비밀
효과 3자의 소송기록 열람·복사 제한 소송 당사자 등의 영업비밀 사용·공개 금지
명령 대상 3(당사자 외) 상대방 당사자, 소송대리인, 소송으로 영업비밀을 알게 된 자
위반 시 제재 별도 형사처벌 규정 없음 형사처벌(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

핵심적인 차이는, 열람 등 제한은 소송기록에 대한 3자의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제도인 반면, 비밀유지명령은 소송 당사자 등이 소송 과정에서 알게 된 영업비밀을 소송 목적 외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제도라는 점입니다.


4. 그 밖의 관련 제도

. 특허법·디자인보호법 등 지식재산권법상 비밀유지명령

부정경쟁방지법상 비밀유지명령과 유사한 제도가 특허법(224조의3), 디자인보호법(217),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35조의3), 개인정보 보호법(39조의4), 발명진흥법(55조의9) 등에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각 법률에서 정한 소송 유형에 따라 해당 법률의 비밀유지명령 규정이 적용됩니다.

 

. 형사소송기록의 열람·등사 제한

형사재판이 확정된 사건의 소송기록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 제59조의2에 따라 검사가 일정한 경우 열람·등사를 제한할 수 있으며, 이에 불복하는 경우 법원에 처분의 취소 또는 변경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5. 마치며

소송은 진실을 밝히는 과정이지만, 그 과정에서 소중한 영업비밀이나 개인정보가 불필요하게 노출되어서는 안 됩니다. 위에서 살펴본 제도들을 적절히 활용하면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중요한 비밀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습니다.


문의사항은 다음 담당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윤광훈 변호사 ( khyoon@weonlaw.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