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 — 이런 일, 혹시 겪어보셨나요?
10년간 공들여 키운 브랜드 'NOVA COSMETICS'. 드디어 온라인 쇼핑몰을 열기로 하고 도메인 등록을 시도했더니, 'novacosmetics.com'은 이미 누군가 선점해 버린 상태였습니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보니 아무런 콘텐츠도 없이 텅 빈 페이지만 있거나, 심지어 경쟁사 광고가 걸려 있었습니다. 도메인 소유자에게 연락하자 "팔겠다"며 수천만 원을 요구합니다.
또 다른 사례입니다. 서울에서 'K-FOOD MARKET'이라는 상호로 식품 유통업을 운영하는 A씨. 어느 날 고객으로부터 "사장님 홈페이지에 이상한 내용이 올라와 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확인해 보니 'kfoodmarket.co.kr'이라는 도메인을 제3자가 등록하여 유사한 식품 판매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은 A씨의 업체와 혼동하고 있었고, A씨의 영업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상표·상호·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도메인을 제3자가 먼저 선점하는 행위를 '사이버스쿼팅(Cybersquatting)'이라고 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법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도메인 말소 또는 이전 청구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해 드립니다.

1. 사이버스쿼팅이란 무엇인가?
도메인이름이란 인터넷상의 숫자로 된 주소에 해당하는 숫자·문자·기호 또는 이들의 결합을 말합니다(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 도메인은 상표와 달리 선착순 등록 방식이기 때문에, 동일한 문자열은 단 하나만 등록될 수 있습니다. 이 점을 악용하여 타인의 유명 상표나 상호와 동일·유사한 도메인을 미리 선점한 뒤 거액에 되팔거나, 경쟁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바로 사이버스쿼팅입니다.
상표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가 먼저 등록되어 있으면 타인이 등록받을 수 없는 반면, 도메인은 알파벳 한 글자만 달라도 서로 다른 것으로 인식하여 등록이 가능하고, 상위 도메인이 다르면 동일한 하위 도메인도 등록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가 분쟁의 근본 원인이 됩니다.
2. 어떤 법률로 보호받을 수 있나?
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아)목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아)목은 정당한 권원이 없는 자가 다음의 목적으로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그 밖의 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도메인이름을 등록·보유·이전 또는 사용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 ① 상표 등 표지에 대하여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 또는 제3자에게 판매하거나 대여할 목적
- ②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의 도메인이름의 등록 및 사용을 방해할 목적
- ③ 그 밖에 상업적 이익을 얻을 목적
이 규정에 해당하면,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자는 법원에 부정경쟁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청구할 수 있고, 이와 함께 도메인이름의 등록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제1항, 제2항 제3호).
다만, 이 규정은 해당 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된' 것이어야 한다는 요건이 있어, 아직 주지성을 획득하지 못한 표지에는 적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나.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 제12조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이하 '인터넷주소법') 제12조는 보다 폭넓은 보호를 제공합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의 도메인이름 등록을 방해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얻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이름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하여서는 아니 되며,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는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 법원에 도메인이름의 등록말소 또는 등록이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 제2항).
부정경쟁방지법 (아)목과의 중요한 차이점은, 인터넷주소법 제12조는 '국내에 널리 인식된' 표지일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법원은 "도메인이름에 대한 정당한 권원을 인정하기 위하여 대상표지가 반드시 국내에서 널리 인식되어 있음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다57661 판결).
3. '정당한 권원'이란 무엇인가?
인터넷주소법 제12조에 따라 도메인이름의 말소 또는 이전을 청구하려면 청구인에게 **'정당한 권원'**이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도메인이름의 등록말소 또는 등록이전을 청구하는 이에게 '정당한 권원'이 있다고 하려면, 그 도메인이름과 동일 또는 유사한 성명, 상호, 상표, 서비스표 그 밖의 표지를 타인이 도메인이름으로 등록하기 전에 국내 또는 국외에서 이미 등록하였거나 상당 기간 사용해 오고 있는 등으로 그 도메인이름과 사이에 밀접한 연관관계를 형성하는 한편, 그 도메인이름을 대가의 지불 없이 말소하게 하거나 이전을 받는 것이 정의 관념에 비추어 합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직접적 관련성이 있고 그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도 충분하다는 사정이 존재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다57661 판결)
즉, 반드시 국내에서 유명한 상표일 필요는 없으며, 국내외에서 등록된 상표권자이거나 상당 기간 사용해 온 표지의 보유자라면 정당한 권원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4. '부정한 목적'은 어떻게 판단하나?
도메인 선점자에게 **'부정한 목적'**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실무상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으면 부정한 목적이 인정되거나 추정될 수 있습니다.
- 도메인이름으로 웹사이트를 개설하지 않거나, 개설하였더라도 아무런 내용이 없는 경우 (이른바 'domain parking')
- 상표권자에게 도메인을 고가에 매도하려 한 경우
- 다수의 유명 상표를 도메인이름으로 등록해 두고 있는 경우
- 이미 일부 도메인에 대하여 이전 또는 말소 결정이나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경우
- 해당 표지가 조어(造語)인 경우 — 우연히 동일한 도메인을 선택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
반면, 도메인이름의 등록·보유 또는 사용에 정당한 권리나 이익을 가지고 있는 자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정한 목적이 없는 것으로 봅니다.

5. 구체적인 대응 방법
가.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IDRC)를 통한 조정 신청
소송보다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입니다.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 제18조에 따라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조정위원회는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도메인이름을 신청인에게 이전하거나 말소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 제18조의2).
다만, 조정결정은 법원 판결과 달리 강제집행력이 없으므로, 상대방이 불복하는 경우 결국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나. 법원을 통한 도메인이름 말소·이전 청구 소송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청구 근거에 따라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① 인터넷주소법 제12조에 기한 청구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는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이름을 등록·보유·사용한 자를 상대로 법원에 등록말소 또는 등록이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대상표지가 반드시 국내에서 널리 인식될 필요가 없어 활용 범위가 넓습니다.
② 부정경쟁방지법 제4조에 기한 청구 해당 표지가 국내에 널리 인식된 경우,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아)목의 부정경쟁행위를 이유로 도메인이름의 등록말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4조 제2항 제3호). 대법원은 부정경쟁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을 위한 유효·적절한 수단은 도메인이름의 등록말소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2다13782 판결).
다. 등록말소 vs. 등록이전 — 무엇을 청구해야 하나?
등록말소는 도메인이름 자체를 삭제하는 것이고, 등록이전은 도메인이름을 자신의 명의로 이전받는 것입니다. 2009년 인터넷주소법 개정 이후 등록이전 청구도 명시적으로 허용되었으므로, 해당 도메인을 직접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등록이전 청구가 더 실익이 있습니다.
다만, 부정경쟁방지법 (아)목에 기한 청구의 경우, 하급심 판결 다수는 등록말소 청구는 인정하면서도 등록이전 청구권까지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따라서 등록이전을 원하는 경우에는 인터넷주소법 제12조를 주된 청구 근거로 삼는 것이 유리합니다.
6. 상표권 침해로도 주장할 수 있나?
도메인이름의 사용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려면, 단순히 도메인이름이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도메인이름의 사용이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도메인이름의 사용태양 및 도메인이름으로 연결되는 웹사이트 화면 표시 내용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거래통념상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표시로 기능하고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04. 2. 13. 선고 2001다57709 판결).
즉, 도메인이름 아래 운영되는 웹사이트에서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을 취급하거나 지정서비스업과 동일·유사한 영업을 하는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서울지방법원 2004. 1. 15. 선고 2003가합24685 판결). 반면, 단순히 도메인이름만 등록하고 관련 상품·서비스를 취급하지 않는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로 보기 어렵습니다.
마치며
내 상표나 상호와 동일·유사한 도메인을 누군가 선점했다고 해서 무조건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인터넷주소법 제12조와 부정경쟁방지법은 정당한 권원이 있는 권리자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적 수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각 사안의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 법리와 청구 전략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대응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의사항은 다음 담당변호사에게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윤광훈 변호사 ( khyoon@weonlaw.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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