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회수를 위해 실무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집행 방법은 단연 '압류추심명령'입니다. 전부명령의 경우 제3채무자가 무자력일 때 그 위험을 채권자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있어 실제 활용 빈도는 높지 않은 편입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1다252977)로 인해 압류추심명령에 따른 원고적격에 대한 수십 년간의 실무와 법리가 크게 변경되었습니다.
1. 기존 판례의 태도와 변경된 판례
기존 법원 실무와 판례는 채권에 대한 압류추심명령이 내려지면, 오직 채권자만이 제3채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채권을 압류당한 당사자인 채무자는 직접 제3채무자에게 소송을 제기할 권한(원고적격)을 상실한다고 본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수십 년간의 실무를 뒤집고, 압류추심명령이 있더라도 채무자가 직접 제3채무자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물론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채무자에게 소송을 제기할 권한이 생겼을 뿐, 채무자가 해당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패소한 제3채무자를 상대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여전히 '채권자'에게 있습니다. 채무자의 추심 권한을 채권자가 행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이상과 현실의 괴리: 채권자가 주의해야 할 점
채무자의 소송 제기, 과연 양쪽 모두에게 이득일까?
이론적으로만 보면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승소하는 것은 채권자에게도 이득이고(집행할 재산이 생기므로), 채무자에게도 이득(제3채무자에 대한 승소는 곧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이므로)입니다.
현실적인 위험: 고의 패소의 유인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채무자와 제3채무자가 계열사 관계이거나 밀접한 동업자 관계라면 어떨까요? 이들은 채권자가 제3채무자의 재산에 강제집행을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부당한 수단을 활용할 유인이 있습니다. 채무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뒤, 재판에서 의도적으로 허술하게 대응하여 고의로 패소해 버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채권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채무자가 알아서 소송을 잘 수행하겠지'라고 기대하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비록 판례가 변경되었더라도 기존 실무처럼 추심금 소송을 제기하거나, 채무자와 제3채무자 사이의 민사소송이 진행 중임을 알게 된다면 공동소송참가 또는 공동소송적 보조참가 등의 제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절차에 참여하여 채무자의 고의 패소를 막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3. 확정판결의 기판력과 채무자의 딜레마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후속으로 선고된 또 다른 최신 판례(대법원 2022다299829)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 판례는, 채권자가 제3채무자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금 소송이 확정될 경우, 그 기판력(판결의 효력)이 채무자에게도 미친다고 보아 이후에는 채무자가 제3채무자에게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채권자와 채무자 어느 쪽이 소송을 제기하건 상관없지않냐고 생각하신다면 오해입니다. 채권자는 채무자와 제3채무자 간의 과거 거래 내역이나 계약 정보 등 사실관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므로, 필연적으로 채무자가 직접 제3채무자에게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보다 승소 확률이 낮습니다(채무자 본인보다 자신의 권리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 채무자의 딜레마: 채권자가 정보 부족으로 추심금 소송에서 패소해 버리면 기판력 때문에 채무자 스스로의 권리마저 영영 소멸해 버리는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하게 됩니다.
4. 결론: 각자의 유인에 따른 적극적 대응 필요
결론적으로, 현재 실무상으로는 채권자와 채무자 모두가 제3채무자에 대한 소송을 주도적으로 진행해야 할 강한 유인이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판례가 변경되어 압류추심명령에 따른 원고적격이 채무자에게도 인정된다 하더라도,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자가 언제 소송을 제기할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으므로 기존 실무처럼 적극적으로 추심금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반면, 채무자는 채권자의 미숙한 소송 진행으로 자신의 소중한 채권이 소멸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변경된 판례로 자신에게 주어진 소송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직접 제3채무자를 상대로 권리 구제에 나서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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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주 변호사(mjbahng@weon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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